[연속 기획] ② 드림타워에 몰린 돈… 제주는 지금 ‘확장 문턱’에 서 있다
제주 카지노 시장은 지금 두 개의 풍경이 동시에 겹쳐 보입니다. 매출은 한 곳으로 강하게 쏠리는데, 외국인 체류의 방향은 조금씩 제주 전역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드림타워의 독주, 중소형 카지노의 정체, 도심 상권의 아직 미약한 반응까지. 표면만 보면 ‘양극화’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시장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이 쏠림은 단순히 침체 신호라기보다 확장 직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회복의 첫 장면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제주 경제를 진단하는 [김지훈의 ‘맥락’], 이번 2편에서는 드림타워로 집중되는 매출의 의미, 카지노 시장의 실제 위계, 파라다이스·인스파이어와는 전혀 다른 성장 경로, 그리고 도심에서 감지되는 초기 변화상 을 짚습니다. ■ 드림타워가 빨아들이는 구조… 숫자가 ‘편중’을 말해 준다 제주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8곳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 구조는 사실상 ‘1곳 대 나머지’로 요약됩니다. 지난해 제주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의 총 입장객은 약 66만 3,000명입니다. 이 가운데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드림타워 카지노 한 곳에만 38만 3,000명, 전체의 57.8%가 몰렸습니다. 매출 격차는 더 극적입니다. 2024년 제주 전체 카지노 매출은 약 4,589억 원, 이 중 드림타워 매출은 3,200억 원이 넘으며 전체의 69.8%를 차지했습니다. 납부금 비중 역시 60%를 훌쩍 넘는 구조였습니다. 입장객과 매출 모두가 사실상 한 곳으로 집중된 구조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표현이 숫자 속에 이미 드러난 셈입니다. 실제로 일부 중소형 카지노는 수년째 사실상 ‘개점휴업’에 가까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의 시각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할 때는 언제나 가장 큰 그릇으로 먼저 쏠린다”며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지금 제주는 퍼질 조건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 ‘1강·1중·6약’의 현실… 모두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제주 카지노 시장은 대체로 ‘1강·1중·6약’ 구도로 인식됩니다. 드림타워가 독보적 1강을 형성하고 있고, 신화월드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레스에이(Les A·구 랜딩) 카지노가 그 뒤를 잇는 1중권으로 분류됩니다. 나머지 중소형 카지노들은 회복 속도에서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도심권 카지노는 팬데믹 이후 장기간 영업이 중단됐던 곳도 있고, 아직 정상 궤도로 복귀하지 못한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카지노 간 격차는 과거보다 더 선명해진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지금의 구도를 ‘몰락’으로 해석하지는 않습니다. 외국인 체류 자체가 충분히 늘어나야 분산이 시작되는데, 지금은 체류 수요가 막 살아나기 시작한 초입 구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 파라다이스·인스파이어와 전혀 다른 길… 제주만의 ‘체류형 모델’ 전국 단위로 시야를 넓히면 제주 드림타워의 위치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한 일본·동남아 FIT 중심의 환승형 모델에 가깝고, 인스파이어는 콘서트·쇼·대형 이벤트를 앞세운 복합 엔터테인먼트형 모델로 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반면, 제주 드림타워는 도심 입지 기반의 장기 체류형 모델입니다. 카지노·호텔·식음업·리테일이 ‘하루 체류’가 아니라 ‘며칠 체류’ 구조 안에서 동시에 움직입니다. 이 점이 다른 복합리조트들과 가장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입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은 환승형이고 제주는 체류형이라 고객 이동 경로 자체가 다르다”며 “두 시장은 경쟁이라기보다 성격 자체가 분화된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드림타워의 매출 증가는 카지노 실적만이 아닌, 제주 전체 체류경제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읽히고 있습니다. ■ 객실 가동률 상승, 연속 500억 원대 매출… “이제는 ‘질적 성장’을 고민한다” 드림타워의 최근 흐름은 ‘많이 버는 구조’란 의미를 뛰어넘습니다. 올 하반기 들어 월 카지노 매출 500억 원대가 이어지고, 객실 가동률도 상승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에 진입한 모습입니다. 여기에 더해 롯데관광개발 내부에서도 최근 전략의 키워드를 ‘집중’보다 ‘질적 성장’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VIP 고객 위주의 구조를 유지하되, 동시에 중간 베팅층인 MASS(중간 베팅 고객군)까지 안정적으로 끌어안으면서 카지노·호텔·식음업 매출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를 내실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나 외국인 고객 구성의 다변화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중·일령’ 이후에는 중국 단일 수요 의존 구조에 대한 부담을 점검해야 한다는 기류가 내부에서도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카지노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만으로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걸 모두 체감하고 있다”며 “동남아, 중동, 일본, 미주까지 고객 다변화 전략을 병행하지 않으면 지금의 흐름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낙수효과, 아직 약하지만”… 도심에서는 이미 작은 진동이 시작됐다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외국인 손님이 늘어났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도심 상권의 매출 반등으로 직결됐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도심 숙박업계와 택시업계, 일부 외식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평가도 비슷합니다. “외국인이 보이긴 한다”, “체류 시간이 이전보다 길어졌다”, “다만 아직 소비가 본격적으로 터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연동·노형 일대 프리미엄 식당 예약 문의, 도심 호텔 외국인 비중, 쇼핑·픽업 서비스 문의는 분명히 늘고 있습니다. 다만 확연한 반등이라 부를 만큼의 속도는 아직 아닙니다. 카지노 업계 한 전문가는 “체류 외국인이 늘면 도심 소비는 반드시 시차를 두고 따라온다”며 “지금은 확산 직전의 초기 반등 구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평가합니다. ■ 중·일령, 무비자 확대… 기회와 불안이 동시에 움직인다 최근 동아시아 관광시장을 크게 흔든 변수는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 이른바 ‘중·일령’입니다. 이 여파로 중국·대만·홍콩 수요 일부가 한국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커졌고, 제주는 그 영향권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달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제주에 집중되던 수요가 부산·인천 등으로 일정 부분 분산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됩니다. 카지노 업계는 이 지점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제주만의 특화된 관광 콘텐츠와 연계 전략이 없다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 외국인이 내국인 감소를 채울까… “1~2년이 분기점” 지금 제주 관광산업 구조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내국인 관광 수요는 정체 또는 감소 흐름이고, 외국인은 점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월별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전년에 비해선 증가한 상황입니다. 숙박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플러스 전환’의 바닥을 막 벗어나는 단계”라며 “외국인 수요가 내국인 감소분을 얼마나 빠르게 메우느냐가 결국 시장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지금의 흐름이 1~2년만 더 유지되면 제주 카지노 시장은 구조적으로 안정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때 말하는 안정은 매출 회복만이 아니라, 외국인 체류 증가가 도심·중소형 카지노·지역 산업으로 실제 확산되는 단계를 뜻합니다. ■ 드림타워 독주가 만들어낸 ‘지금’의 순간…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 지금의 제주 카지노 시장은 한편으로는 모순처럼 보입니다. 매출은 한 곳에 집중되는데, 외국인 체류의 방향은 점점 제주 전역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 모순을 위기로 볼 것인지, 기회로 읽을 것인지는 이제 제주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주 카지노 시장에 대해 “기회와 불안 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무비자 제도, 지리적 접근성, 글로벌 브랜드 효과는 분명 성장 동력입니다. 반면 과도한 차입 구조, 중국 수요 편중, 지역 산업과의 연결 부족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카지노 단독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역 관광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체류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 카지노가 지역경제의 안정적 성장 동력이 되려면 투명한 운영과 사회적 환원 구조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확장은 어떻게 현실이 되나 1편이 드림타워 내부에서 체류경제의 반등 을 확인했다면, 2편은 그 에너지가 제주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조건’ 을 짚었습니다. 질문은 이제 하나로 수렴됩니다. 이 집중된 매출과 체류 흐름을 제주 전체 산업의 성장판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3편에서는 카지노 중심 소비가 도심 상권과 외곽 관광지, 지역 식음업과 중소 숙박업, 교통·야간경제,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실제로 퍼지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공간 전략, 산업 설계 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드림타워의 기록이 복합리조트 내부에서만 순환하는 숫자에 그칠지, 아니면 제주 경제 전체의 판을 다시 키울 출발점이 될지는 이제 제주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2025-12-0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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